현석의 가게는 허름한 골목 사이에 위치했다. 무엇이든 수리, 수선 해주는 가게였다. 그는 못고치는 것이 없었다. 가구, 가전, 옷과 인형들에 대한 수선. 그 일체에 대한 보수를 해주는 것이 현석의 가게가 하는 일이었다.
그의 실력은 말할 것이 없었다. 오랫동안 해왔던 수리, 수선에 대해서 국가에서 명장이라는 칭호를 받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명장이 밥을 먹여주진 않았다. 실력이 좋다고 밥을 먹여주랴?
특히 요즘 시대는 더했다. 다양한 물건을 빨리 구입하고 빨리 처분하는 시대였다. 가게에서 산 물건이 사용된 후 버려지는데에는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터넷주문도 한 몫 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건은 순식간에 집으로 도착했다. 사람들은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는 일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아주 돈 아까운 일이지.”
현석은 그런 풍조가 싫었다. 물건에는 추억이 깃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상품에는 고유한 가치가 존재한다고도 생각했다. 그는 그렇기에 자신의 가게가 좋았다. 더 오랫동안 추억을 지켜주니까. 그의 취미도 그렇게 생긴 것이었다. 그는 자신을 브랜드화하려 노력했다. 이름만 들어도 물건에 대한 기억을 보존할 수 있도록 아껴주는 사람이라고. 그는 자신의 대학 전공을 십분 살려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야구모자를 쓴 동글동글한 캐릭터였다. 최대한 귀여움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폐 플라스틱으로 캐릭터 굿즈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손님이 없는 것이다. 현석은 가게를 접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는 풍조와 재활용이나 수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물 주인이 와서 한 독촉도 한 몫 했다.
“일주일 뒤에 철거업자가 올테니, 그리 알라고.”
철거업자라니.
“아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임차인을 이렇게 내보낼 수 있는 겁니까?”
“그건 내 마음대로가 아니야. 자, 봐봐.”
건물 주인이 일회용 파일철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현석이 미심쩍어하며 계약서를 쳐다봤다. 건물 주인은 퍽이나 친절하게도 계약서를 넘겨 한 조항을 보여주었다.
‘월세가 3개월 이상 밀리는 경우, 갑은 을의 가게를 임의로 처분하고 쫓아낼 수 있다. 업체는 갑이 찾으며, 취소 수수료는 을이 부담한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조항입니까? 이런 법은 없습니다!”
“어허! 계약서를 읽고 싸인한건 자네지 않나? 그리고 자네가 부당하게 대한다해도 상관 없네. 소송해서 이길 수 있겠나? 계약서가 부당한 것을 증명하려면 몇 년은 지나야할거야. 끌끌.”
가게 주인이 웃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무슨 이런 조항이 계약서에 있는것인가. 현석은 계약 당시 계약서를 제대로 읽지 않고 서명한 자신을 탓했다.
그리고 주인의 말대로 이미 처리된 건에 소송을 걸어봐야 승소해서 남는 것은 없다. 지체된 시간동안 가게 물건들은 이미 모두 처분됐을 것이다. 현석은 사정했지만 주인이 그걸 들어줄 리는 없었다. 이미 계약금도 지불하고 업체를 요청했다 했다.
주인이 돌아갔다. 현석은 가게를 살펴봤다. 지금 당장 팔 수 있을 물건을 찾고자 했다. 가게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다. 수선된 버x리 옷 등 수선된 명품 옷들을 비롯한 제품들. 수리된 가전제품들과 버려진 천막으로 업사이클링한 지갑. 버려진 야구 유니폼으로 만든 야구팀 가방. 그리고 자신의 캐릭터들로 잔뜩 꾸며진 캐릭터 홀.
“하아. 이걸 당장 사줄 사람도 없고, 처분하자니 폐기밖에 답이 없고…… 물건을 맡기는데에도 돈이 드니 답이 없다 진짜.”
창고에 저 물건들을 보관하기 위해선 아르바이트라도 알아봐야 했다. 수중에 돈이 단 한푼도 없기 때문이었다.
현석이 가게 문을 닫기위해 밖에 전시된 물건을 정리하려던 그때였다. 가게 앞에 한 부부가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버려!”
“그냥 새거 사자. 우리 추억은 사진으로도 남았잖아. 어차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건데, 요즘 중국 업체에서 싸게 이것저것 팔잖아. 그거 사서 쓰다가 버리면 되지.”
“당신은 내 마음 이해 못해.”
“왜, 돈때문에? 돈은 우리 영상 한번 찍으면 벌리잖아. 이런거 말고, 자기가 사고 싶었던거 있잖아. 이건 버리고 그걸 사자.”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설득했다. 아내는 사고 싶었던 물건을 사게 해준다는 남편의 말에 혹하는 모습이었다.
현석은 왠지 중국 업체와 자신의 가게가 비교되었다. 돈으로 해결하는 업체와 물건에 깃든 추억을 보존하고자 하는 자신의 가게. 그는 왠지 여자가 들고 있는 물건이 자신의 가게와 겹쳐보였다.
“저기, 그러지 마시고 여기 와서 한번 만들어보시죠.”
““네?””
부부가 현석을 돌아봤다. 현석은 부부를 끌고 자신의 가게를 안내했다. 다양한 업사이클제품을 전시해둔 가게. 그 중에서도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부부에게 소개했다.
“제가 캐릭터 디자인 전공을 했거든요. 제 캐릭터가 마음에 안드시면, 새로 캐릭터 디자인해서 재활용할 수 있게 해드릴게요.”
부부는 현석의 캐릭터를 유심히 처다보며 미소지었다.
“이거 귀엽지 않아?”
“그러게? 생각보다 귀여운 것 같은데. 저기, 이거 어떻게 하는건지 알려주시겠어요?”
현석은 부부에게 캐릭터 뱃지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위험한 부분이야 자신이 처리하겠지만, 물건에 깃든 추억을 옮긴다 생각하면서 작업해보라고 권했다.
부부는 사부작거리며 물건을 잘게 잘라냈다. 현석은 잘려진 플라스틱을 녹여내어 잘 섞었다. 그리고 만들어둔 몰딩에 그걸 부었다. 붓고 나서 건강에 끼칠 영향을 생각해 코팅처리도 했다.
굿즈는 각각 다른 모양이었다. 캐릭터가 한 손을 들고 인사하는 모습과 캐릭터가 손으로 만든 브이를 내미는 모습이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나온 굿즈에 부부가 놀랐다. 현석은 부부에게 준 뱃지를 합치며 말했다.
“이건 제가 만든 뱃지 세트입니다. 부부시라 이거로 디자인 추천드렸었죠.”
“세트요?”
“네, 사실 각각이 lo와 ve를 형상화한 모양이거든요. 이렇게 붙여놓으면 love 모양이 되는거죠.”
현석이 짝을 맞추자 뱃지는 그의 말대로 love 모양을 만들었다. 부부는 기뻐했다. 현석은 기쁜 마음으로 그들에게 뱃지를 선물했다. 왠지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자신의 가게가 구원을 받은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돈은 못벌었지만, 뭐 됐나?”
현석은 가게를 닫고 집으로 향했다. 아르바이트 할 시간은 없었지만, 그들이 느낀 기쁨과 추억이 자신에게도 함께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현석이 짐을 빼야할 날이 다가왔다. 현석은 수배한 창고로 물건을 옮기기 위해 가게에 왔다.
하지만 있을리 없는 현상이 현석의 가게 앞에 있었다. 문을 닫은 가게 앞으로 사람들이 수많은 줄을 서 있던 것이다.
“이게… 뭐지…?”
현석이 어리둥절하게 와서 가게를 열자, 사람들이 웅성댔다.
“와 가게 열었다.”
“마참내!”
기대감을 나타내는 사람들과 달리 사람들이 모였기에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줄을 서면서도 의문을 품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들에게 설명해준 내용에 현석은 그제서야 왜 줄이 생겼는지를 깨달았다.
“여기가 잉꼬부부 채널에 나온 곳이래.”
“와 진짜?”
“커플 굿즈 엄청 귀엽던데? 그게 진짜 특별한 물건이지. 아무 곳에서나 사는 물건이 아니라.”
“역시 천만 구독자 채널인가봐. 사람들이 엄청 많아.”
일주일 전에 자신이 도운 부부. 그 부부가 운영하던 영상 채널에 찍은 영상이 올라간 것이다.
업사이클링의 매력과 캐릭터에 대해 자랑하는 영상이 현석의 가게를 홍보해준 것이다.
현석은 웃었다. 물건을 사기만 하는 사회에서 이젠 추억이 깃든 특별한 물건을 다시 재활용하는 사회가 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현석은 흥이 나 외쳤다.
“어서오세요! 추억이 깃든 특별한 물건을 더욱 특별하게 바꿔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