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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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3일 월요일 오후 12:35

경계

종교를 모독하는 마녀, 그리고 그녀들을 추적하는 이단심문관.

일반인들이 소문으로만 듣던 두려움은 또 다른 사건들을 낳는다.

마녀 사냥.

이단심문관이 아닌 자들이 벌이는 자발적인 학살.

무고하던 무고하지 않던, 집단에 있어 경계가 되는 사람들이 항상 있어왔다.

특이한 자들. 집단은 그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

머리 색이 다르던지, 성격이 이상하던지.

마녀들이 날뛰기 시작했을 때, 그들에 대한 집단의 경계는 더욱 거세졌다.

그때도 그랬다.

캄캄한 밤, 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던 서늘한 소름이 돋던 그날 밤이었다.

어떤 일이 벌어지기 쉬운 날.

마을이 분주해졌다.

마을 사람들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의 수는 변하지 않았다.

안개 낀 새벽, 낯선 발자국이 마을 어귀에 울려 퍼졌다.

덥수룩한 수염, 장발을 뒤로 묶은 남자가 느린 걸음으로 마을 광장에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오래된 가죽 가방이, 눈에는 어딘지 모를 날카로운 안광이 비쳤다.

마을을 찾아온 낯선 이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

어느덧 광장에 모인 마을 사람들은 불안함을 느꼈다.

자신들은 '사람’을 상대로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사람이 모이자, 광장에 서서 사람을 살펴보던 남자는 가방에 손을 넣었다.

남자가 가죽 가방에서 기묘한 색의 빛나는 가루를 움켜쥐고 꺼냈을 때, 마을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적중했다.

마녀가 아닌 마법사가 분명했다.

마녀처럼 일반인들에게 불가해한 마법을 다루는 자.

하지만 국가에서 키워진 마법사는 일반인들을 멋대로 다룰 수 있는 권력을 가진 두려운 존재인 것이다.

남자, 마법사는 가루를 정해진 궤적에 맞춰 흩날렸다.

바람에 날리던 빛가루가 허공에 고정됐다.

열 개의 지점에 희미하게 얽힌 빛가루

“호드, 네피흐.”

남자가 읊조리자 다른 여덟개의 지점에 얽힌 가루들이 모두 흘러내렸다.

남은 두 군데.

허공에 얽힌 가루들이 선명한 문양을 그려냈다.

세피라, 호드와 네피흐의 문양이었다.

그리고 지점이 연결됐다.

'경로’가 연결되고, 흘러들어간 힘.

남자는 무한할 정도의 지각력을 얻게 되었다.

움찔거리는 눈썹의 움직임, 흘러내리는 땀, 문 손잡이에 묻은 손 때, 그리고 떨리는 그들의 눈동자.

수많은 정보가 남자에게 휘몰아쳤다.

남자의 입이 열렸다.

“셋째 줄 왼쪽에서 네 번째 남자.”

“그 뒤 여자.”

“그리고… 촌장.”

남자가 지칭한 사람들이 움찔했다.

그러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 세 명의 사람들을 기절시켰다.

“데리고 가세요. 중요 인물들입니다.”

남자의 말에 검은 옷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기절한 사람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었던 것이다.

그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는 마을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몇 걸음을 걸었을까?

문득 남자는 발걸음을 멈추고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경계하십시오. 당신들이 하는 것이 분수에 맞는 일인지 아닌지. 마녀가 행하는 모독이 범죄이건 말건, 당신들이 벌이는 일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범죄니까.”

“경계하십시오. 당신들이 집단이 되어도, 개인이 벌인 죄가 집단의 죄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또, 경계하십시오. 아주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을 때, 또 그것이 당신들을 범죄로 유혹했을 때, 그 때가 당신들의 처지를 가르는 중요한 때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지만 모두는 알았다.

그 세 명이 저지른 일을.

그리고 그들을 콕 찝어낸 남자의 당부가 지어낸 경계

그것이 마을 범죄의 경계를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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